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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보와 범부와 현자의 차이
◇ 바보와 범부와 현자의 차이 ◇ 드래곤라자 -9권 104p-
\"루트에리노 대왕의 말이 생각납니다. 바보는…\"
\"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지요.\"
난 스스로 놀랄 만큼 차분하게 대답했다. 카알은 여전히 그, 약간은 바보처럼 보이는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.
\"그렇지. 네드발군. 범부는?\"
\"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지요.\"
\"현자는?\"
\"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지요.\"
카알은 기분좋게 웃더니 시트 속으로 몸을 파묻으며 팔짱을 끼었다.
\"넥슨의 말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.\"
카알은 그 말을 작별 인사로 남기면서 자신의 사색 속으로 침잠해 버렸다. 좌중의 한 사람이 자기 속으로 몰입해버리니 다른 사람들도 대화를 계속하기 어려웠다. 그래서 모두들 입을 다물고 제각기의 생각 속으로 파고들었다.
난 지루한 심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베어져 나간 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. 음. 꺼끌꺼끌한 느낌이 참 괴상한 기분에 젖게 만드는군. 그 때 레니가 내 팔꿈치를 찌르는 것이 느껴졌다.
\"저, 후치야. 그게 무슨 말이니?\"
\"응?\"
\"바보도, 범부도, 또 현자도 모두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고?\"
\"하하하…\"
갑자기 아그쉬의 그 멍청한 인용이 생각나서 난 웃어버렸다. 그러자 레니는 눈살을 찌푸렸고 난 즉각 사과했다.
\"다른 이야기가 생각나서 웃었어. 그 이야기는… 말 그대로지.\"
\"말 그대로라고?\"
\"그래.\"
\"뭐가 그래?\"
\"그냥 그래.\"
레니는 눈썹을 곤두세우더니 말했다.
\"너, 지금 나 놀리는 거지? 난 학교 같은 것 다닐 여유가 안되었단 말이야. 그러니까…\"
\"나도 학교는 구경도 못해보고 자라난 사람이야. 그냥 생각해봐, 레니. 이건 별 것 없는 말장난이야.\"
레니는 새침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.
\"난 말장난은 같이 웃을 수 있을 때만 좋아해.\"
\"하하. 그러니? 음. 앞을 보면서도 뒤에 따라오지도 않는 추적자를, 혹은 자신의 과거, 어제의 실수따위를 생각하면서 진구렁 탕에 발을 빠트리는 사람이 있다면 넌 그 사람을 뭐라고 부를 거지?\"
\"바보…지?\"
\"그래. 바보는 마치 곰곰이 생각하기만 하면 지나간 실수가 바로잡아질 것처럼 믿지. 과거는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, 완전히 고정된 것인데 말이야.\"
\"그럼 범부는?\"
\"범부도 어떤 의미에선 바보와 마찬가지야.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나간 실수를 생각해서 앞으로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범부, 보통 사람일 뿐이지. 하지만 범부라고 해봐야 결국은 그 사람도 과거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야. 바보든 범부든 과거라는 시간의 산물이지. 바보는 그것에 매달리고, 보통 사람들은 그것에서 배운다는 점이 다를 뿐이지.\"
제레인트와 아프나이델의 저 감춰진 시선을 느끼는 것은 퍽 유쾌한 일인걸? 두 사람은 모두 안듣는 척하면서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능숙한 거짓말쟁이나 사기꾼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 자신의 행동을 잘 감추지는 못하고 있었다. 키키키키. 레니는 한참 고민 하는 얼굴이 되었다가 그 풀려버린 표정 그대로 말했다.
\"그럼… 현자는?\"
\"현자는 과거의 시간과 상관없는 존재가 현자야. 그는 현명하므로 과거를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미래를 깨달을 수 있지. 사실 이런 사람은 드물지. 핸드레이크나 그렇게 불릴 수 있을까? 어쨌든 그런 사람들은 역사책을 읽지 않아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. 왜냐하면… 그들은 사물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생각하니까. 여기서는 사실 \'앞\' 이라는
말과 \'뒤\' 라는 말이 다른 의미로 쓰이는 거야. 음, 그러니까 레니, 넌 지금 나의 앞을 보고 있지?\"
\"그렇지.\"
\"그렇지만 만일 네가 내 앞모습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것을 생각해서 볼 수 있다면 넌 현자인 셈이지.\"
\"아… 그래?\"
\"그래.\"
레니는 입술을 잡아당기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지었다. 난 고개를 돌리다가 눈을 감고 있는 카알의 얼굴을 보게 되었고, 카알의 입술 가장자리가 슬며시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는 폭소를 터뜨리지 않기 위해 허벅지 사이에 두 손을 파묻고는 꽉 틀어쥐었다. 우헤헤헤!
지붕 위에서는 나이크호크가 간첩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가운데, 사색에 잠긴 여섯 명을 태우고 두 명의 전사가 모는 마차는 신나게 신나게 달려갔다. 해가 지는 방향, 저녁의 고향으로. 그러나 가장 무서운 드래곤의 아침을 향해.
\"루트에리노 대왕의 말이 생각납니다. 바보는…\"
\"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지요.\"
난 스스로 놀랄 만큼 차분하게 대답했다. 카알은 여전히 그, 약간은 바보처럼 보이는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.
\"그렇지. 네드발군. 범부는?\"
\"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지요.\"
\"현자는?\"
\"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지요.\"
카알은 기분좋게 웃더니 시트 속으로 몸을 파묻으며 팔짱을 끼었다.
\"넥슨의 말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.\"
카알은 그 말을 작별 인사로 남기면서 자신의 사색 속으로 침잠해 버렸다. 좌중의 한 사람이 자기 속으로 몰입해버리니 다른 사람들도 대화를 계속하기 어려웠다. 그래서 모두들 입을 다물고 제각기의 생각 속으로 파고들었다.
난 지루한 심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베어져 나간 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. 음. 꺼끌꺼끌한 느낌이 참 괴상한 기분에 젖게 만드는군. 그 때 레니가 내 팔꿈치를 찌르는 것이 느껴졌다.
\"저, 후치야. 그게 무슨 말이니?\"
\"응?\"
\"바보도, 범부도, 또 현자도 모두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고?\"
\"하하하…\"
갑자기 아그쉬의 그 멍청한 인용이 생각나서 난 웃어버렸다. 그러자 레니는 눈살을 찌푸렸고 난 즉각 사과했다.
\"다른 이야기가 생각나서 웃었어. 그 이야기는… 말 그대로지.\"
\"말 그대로라고?\"
\"그래.\"
\"뭐가 그래?\"
\"그냥 그래.\"
레니는 눈썹을 곤두세우더니 말했다.
\"너, 지금 나 놀리는 거지? 난 학교 같은 것 다닐 여유가 안되었단 말이야. 그러니까…\"
\"나도 학교는 구경도 못해보고 자라난 사람이야. 그냥 생각해봐, 레니. 이건 별 것 없는 말장난이야.\"
레니는 새침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.
\"난 말장난은 같이 웃을 수 있을 때만 좋아해.\"
\"하하. 그러니? 음. 앞을 보면서도 뒤에 따라오지도 않는 추적자를, 혹은 자신의 과거, 어제의 실수따위를 생각하면서 진구렁 탕에 발을 빠트리는 사람이 있다면 넌 그 사람을 뭐라고 부를 거지?\"
\"바보…지?\"
\"그래. 바보는 마치 곰곰이 생각하기만 하면 지나간 실수가 바로잡아질 것처럼 믿지. 과거는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, 완전히 고정된 것인데 말이야.\"
\"그럼 범부는?\"
\"범부도 어떤 의미에선 바보와 마찬가지야.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나간 실수를 생각해서 앞으로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범부, 보통 사람일 뿐이지. 하지만 범부라고 해봐야 결국은 그 사람도 과거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야. 바보든 범부든 과거라는 시간의 산물이지. 바보는 그것에 매달리고, 보통 사람들은 그것에서 배운다는 점이 다를 뿐이지.\"
제레인트와 아프나이델의 저 감춰진 시선을 느끼는 것은 퍽 유쾌한 일인걸? 두 사람은 모두 안듣는 척하면서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능숙한 거짓말쟁이나 사기꾼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 자신의 행동을 잘 감추지는 못하고 있었다. 키키키키. 레니는 한참 고민 하는 얼굴이 되었다가 그 풀려버린 표정 그대로 말했다.
\"그럼… 현자는?\"
\"현자는 과거의 시간과 상관없는 존재가 현자야. 그는 현명하므로 과거를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미래를 깨달을 수 있지. 사실 이런 사람은 드물지. 핸드레이크나 그렇게 불릴 수 있을까? 어쨌든 그런 사람들은 역사책을 읽지 않아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. 왜냐하면… 그들은 사물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생각하니까. 여기서는 사실 \'앞\' 이라는
말과 \'뒤\' 라는 말이 다른 의미로 쓰이는 거야. 음, 그러니까 레니, 넌 지금 나의 앞을 보고 있지?\"
\"그렇지.\"
\"그렇지만 만일 네가 내 앞모습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것을 생각해서 볼 수 있다면 넌 현자인 셈이지.\"
\"아… 그래?\"
\"그래.\"
레니는 입술을 잡아당기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지었다. 난 고개를 돌리다가 눈을 감고 있는 카알의 얼굴을 보게 되었고, 카알의 입술 가장자리가 슬며시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는 폭소를 터뜨리지 않기 위해 허벅지 사이에 두 손을 파묻고는 꽉 틀어쥐었다. 우헤헤헤!
지붕 위에서는 나이크호크가 간첩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가운데, 사색에 잠긴 여섯 명을 태우고 두 명의 전사가 모는 마차는 신나게 신나게 달려갔다. 해가 지는 방향, 저녁의 고향으로. 그러나 가장 무서운 드래곤의 아침을 향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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